일상/감상

쌀쌀맞지만 내 사람에겐 따뜻한 "오베라는 남자"

꿈꾸고 행하는 자 2016. 8. 1. 22:44

(경고 : 스포가 있습니다.)

 

오베라는 남자 라는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한 노인의 얼굴이었다.  

 

 

(출처 : 네이버 책)

 

 

그냥 표지만 봐도 이 오베라는 남자가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지 대충 감이 잡힌다.

 

성격 괴팍하고, 화 잘내고, 인상파(?)에, 꼬장꼬장할 것 같은 느낌이 왔다.

 

그리고 소설 첫 장 부터 오베라는 남자에게 호되게 당하고 있는 전자제품 판매원이 등장해서

 

내 예상이 맞구나 싶었다.

 

이웃 사람에게도 아주 꼬장꼬장한 할아버지로서의 면모를 마음껏 보여준다.

 

젊은 층의 입장에서는 아마 이 오베라는 남자는 꼰대(?)로 보였을 것 같다.

 

그가 왜 그렇게 잠재된 분노가 있었는지, 그의 삶을 보니 어느정도 이해가 됐다.

 

그의 아버지 일이며, 그의 첫 직장에서의 일, 그리고 자신이 지은 집을 잃었을 때의 허무함,

 

아내의 사고 등등... 사람에게 상처받고, 아무리 호소해도 들어주지 않는 비정한 사람들에게

 

지쳐서 그는 점점 더 철벽을 치고 거친 언행을 했으리라 본다.

(오베를 보면 운수좋은 날의 김첨지가 떠올랐다.)

 

 

아내를 끔찍히도 사랑했던 오베는 아내 곁으로 가고자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지만 어쩜

 

그 때마다 사람이 찾아오는지 ㅎㅎㅎ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웃겼다.

 

결국 그는 아내 곁으로 가는 것을 실패하고 주변 사람들을 원치않게 도와준다.

 

물론 아내가 보았다면... 을 생각하며 투덜 투덜 대면서 도와주지만 오베라는 남자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이다.

 

말과 행동은 투박하지만 정이 많은 사람이라서.. 오베의 이런 면모를 먼저 알아본 그의 아내는

 

그를 이상한 영웅이라고 일컫기도 했다.

 

결국 오베는 마을의 여러 사람과 마음을 나누며 따뜻한 이웃 관계를 맺으며 어울리고,


자신의 침대에서 천수를 다하고 평화롭게 영원한 잠에 들게 된다. 


파르바네에게 남긴 유언장까지도 오베다웠다.


근래 읽었던 책 중에는 가장 마음에 들게 잘 읽었다.


읽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만드는 책이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지난 주에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지하철을 놓칠까봐 에스컬레이터를 그냥 타고 있지 않고 한칸씩 걸어 내려가고 있었는데,

 

앞에 타고 계시던 할아버지께서 돌아보시더니

 

"에스컬레이터에서 가만히 안타고 있고 내려가면 고장나서 사람 다치는 거 못봤어?"라고

 

큰 소리로 화를 버럭 내셨다.

 

아차! 싶어서 멈춰서서 스스로 반성하고 있는데 또 대뜸 큰소리로 말을 덧붙이셨다.

 

"잠시도 그렇게 못기다리고 빨리 가면 좋냐!

 

그렇게 빨리 가고 싶으면 아주 시간도 빨리 가서 확 늙어 버리지 그러냐~


저승까지 먼저 가지 그래?"

 

할아버지 말대로 멈췄는데도 불구하고 빨리 늙어서 저승도 먼저가란 소리까지 들으니

 

기분이 정말 나빴다.

 

이 할아버지도 옳은 말을 하시지만 고운말로 그 뜻을 전달 못하는 오베같은 남자였던 것 같다.

 

난 이 소설 속의 소냐나 파르바네처럼 가시 돋친 말에 휘둘리지 않을 정도로 마음이 넓은 사람이

 

아니라서 ...  속으로 그 할아버지를 욕했다. 말을 그렇게 밖에 못하시냐고 ㅎㅎㅎ

 

 

책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이 있었다. 사랑에 대한 내용인데 마음에 와닿았다.

 

-------------------------------------(책에서 인상깊었던 구절)----------------------------------

 

p. 410 (출처 : 오베라는 남자)

 

"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집에 들어가는 것과 같아요." 소냐는 그렇게 말하곤 했다.

"처음에는 새 물건들 전부와 사랑에 빠져요. 매일 아침마다 이 모든게 자기 거라는 사실에 경탄하지요. 마치 누가 갑자기 문을 열고 뛰어 들어와서 끔찍한 실수가 벌어졌다고, 사실 당신은 이런 훌륭한 곳에 살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말할까봐 두려워하는 것처럼. 그러다 세월이 지나면서 벽은 빛바래고 나무는 여기저기 쪼개져요. 그러면 집이 완벽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불완전해서 사랑하기 시작해요. 온갖 구석진 곳과 갈라진 틈에 통달하게 되는 거죠. 바깥이 추울 때 열쇠가 자물쇠에 꽉 끼어버리는 상황을 피하는 법을 알아요. 발을 디딜 때 어느 바닥 널이 살짝 휘는 지 알고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옷장 문을 여는 법도 정확히 알죠. 집을 자기 집처럼 만드는 건 이런 작은 비밀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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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절을 보고 여러모로 내 집 마련 하고 싶어졌다. ^^

 

책이 마음에 들어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보았다.

소설을 읽으며 상상만 하던 각 인물의 생김새가 영화 속 인물과 잘 매치가 되었지만, 

영화보다 설이 훨씬 재미있었다. 

영화에는 인물의 상황에 대한 설명이나 여러 사건들이 변경, 생략된 경우가 많았으며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좀 딱딱했다 ㅎㅎㅎ